2024.03.29 (금)
“두들이지 마세요, 아기가 놀라요.”
사람들이 강아지 반응을 보려고 유리벽을 두드려 강아지들이, 이른바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강아지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주인과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틀린 저 글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가게로 들어가서까지 알려주면 오지랖이겠지? 주인은 내 지적을 좋아할까?’
안 해도 될 갈등에 빠져있을 때, 가게 문이 열리면서 젊은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진초록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 물걸레를 든 것이 이 가게 소속이 분명했다. 그래도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이 가게 주인이세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1차 관문은 통과된 듯 싶었다.
“저, 여기… 글씨가 틀렸거든요…….”
나는 죄송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어멋! 어디가요?”
정말 고마워하는 표정으로 고치겠다는 약속까지 하는 그 여성의 태도에 내가 더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리고는 얼마쯤 뒤에 우연찮게 다시금 그곳에서 버스를 탈 일이 생겼다. 나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 유리문을 쳐다보았다. 아, 주인은 착한 학생처럼 약속대로 ‘두드리지’ 말라고 새 종이를 붙여두었다.
사람들은 우리 말, 정확히는 맞춤법이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정확히 사용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
그러나 영어 단어에 한 자라도 틀린 철자가 나오면 창피한 일이 되고, 알파벳 A에서 Z까지 순서는 물론, 발음을 잘못 하는 이도 거의 없다.
그뿐인가, P와 F의 입술모양은 당연히 다르게 발음한다. 그렇다면 우리말 자음의 *ㅌ과 *ㅎ의 발음은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어느 날 지하 주차장 벽에 붙은 또 하나의 ‘부탁 말씀’을 보게 됐다.
‘바닥에 침 *밷지 *마시요.’
동행하던 국어교사와 나는 동시에 가방 속에서 펜을 찾기 시작했다. 잘못된 글자를 보면 지나칠 수 없는
이 직업‘병적’인 습관을 누가 말릴 것인가!’
*ㅌ[티읃], ㅎ[히읃] *‘침 뱉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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