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목)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요즘, 분홍빛을 내는 핑크뮬리 밭으로 나들이 나서는 가족·연인들이 많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기 위해서인데, 핑크뮬리는 생태계를 교란 시키는 ‘위해성 식물’이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물론 영광군도 시들지 않는 인기에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영광군 군서면 마읍리·보라리 도로변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요즘 인생사진 찍기로 가장 핫한 핑크뮬리가 활짝 핀 것이다.
아름다운 색감의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찾고 있는 핑크뮬리 단지가 가까운 영광군 군서면에도 만개해 지역민들로부터 인기절정에 있다.
지난 지역신문에서 군서면 마읍리 미륵당과 보라리 도로변에 핑크뮬리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족들과 가을을 맞이해서 가까운 곳으로 바람도 쐬고 사진을 찍기 위해 군서면을 찾았다는 영광읍 거주 김씨, 가까운 곳에 핑크뮬리가 만개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유명 핑크뮬리 밭이 인생사진 명소로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자, 영광군 군서면도 핑크뮬리를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신문에 홍보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해성 검증 없이 핑크뮬리를 관리하지 않고 관광 및 홍보만을 위해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9년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험성 2급 식물로 지정하면서 토종 생태계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며 지자체 등에 더 이상 심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군서면은 이런 권고에도 버젓이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군서면 보라리 내기제, 만금리 고참제에 식재한 핑크뮬리가 만개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고 홍보했다.
핑크뮬리는 번식력이 강하고 한 번 뿌리 내리면 제거도 어려워 토종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제주와 거제 등에서는 핑크뮬리 밭을 갈아 엎기도 했지만, 일부 지자체에 불과하다.
대부분 지자체는 이미 관광지로 자리잡은 핑크뮬리 밭을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며 영광군과 가까운 고창군도 마찬가지이다.
고창군 공음면 ‘청농원’은 3500여 평에 걸쳐 핑크뮬리 꽃밭을 조성해 홍보하고 9월부터 11월까지 2만여 명의 관광객을 맞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농원’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며 1인당 입장료로 5천원을 받고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시민들은 핑크뮬리가 생태계 위험성 2급 식물로 지정된 것은 모르고 예쁜사진과 관광의 목적에만 집중하고 있다.
영광읍 거주인 양(여·43) 씨는 “예쁘기만 한 핑크뮬리가 생태계를 위험할 수 있는 생물인줄 꿈에도 몰랐다. 토종 생태계를 당장 위협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며 “지자체에는 관광이 중요한 수입원일 수 있어 농가나 지자체 등을 과하게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교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결 방안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군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핑크뮬리 단지 조성을 놓고, 환경전문가들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토종 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 보도자료를 통해 핑크뮬리를 홍보한 정희덕 군서면장은 “22년 1월 1일자로 (군서면장) 왔다. 그때 부임했을 때, 이미 핑크뮬리가 식재되어 있었다. 전임 면장분께 물어보니 환경부에서 2019년도에 환경유해식물이라고 발표하기전에 핑크뮬리를 식재했다고 들었다. 현재 군서면사무소는 별도로 앞으로 더 심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고, 심어져 있는 것은 관리할 계획이다. 핑크뮬리가 어떻게 번식하는지 알아보니 40도 이상에서 발화가 돼서 씨가 날려서 다른대로 옮겨서 번식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군서면에 식재된 핑크뮬리는 저수지 제방에 있다보니 그럴 염려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있는 것은 심어져 있으니까, 또 사람들이 와서 사진도 많이 찍고 그래서 없애버리기에는 그렇고 앞으로 관리를 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 관계자는 “관광객 유치와 돈벌이를 위해 위해성이 의심되는 외래식물까지 마구 들여오는 것을 막을 대처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자체에서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구잡이로 핑크뮬리를 식재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최소한의 검토 과정을 거쳐 위해성 판단을 내린 뒤 군락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분홍빛 아름다움으로 가을철 지자체의 관광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핑크뮬리. 하지만 이를 대체할 영광군만의 토종 식물을 찾는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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